(5)-2숲과 공원의 도시: 숲 속의 오픈 캠퍼스, 삿포로 홋카이도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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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숲과 공원의 도시: 숲 속의 오픈 캠퍼스, 삿포로 홋카이도 대학
  • 목지수 안지현
  • 승인 2017.10.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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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삿포로의 도시 브랜드 자산] / 목지수 안지현

홋카이도의 관문인 JR삿포로 역에서 도보 10분이면 울창한 숲을 만날 수 있다. 약 3㎢ 정도의 면적을 차지하는 숲의 이름은 바로 ‘홋카이도 대학’이다. 삿포로 시민들은 물론 삿포로를 방문하는 여행객들도 홋카이도 대학 캠퍼스를 공원으로 생각하고 자유롭게 드나든다. 대학 정문에 위치한 방문자 센터에서는 마치 공원 안내도처럼 캠퍼스 안내 지도를 나눠준다. 지도에는 다양한 걷기 코스를 소개하고 있는데, 코스 곳곳에 홋카이도의 건축 문화 유산이 자리하고 있고, 아름다운 숲길과 하천, 연못을 만날 수 있다.

울창한 나무와 잘 정돈된 잔디에 하천까지 흐르는 홋카이도 대학 캠퍼스 전경(사진: 목지수 제공)

홋카이도 대학의 전신은 1876년 개교한 삿포로 농학교인데,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윌리엄 클라크가 초대 교장이었다. 그는 미국 매사츄세츠 농과대학 학장이었다가 홋가이도로 초빙되어 왔다고 한다. 그가 한 말이 세계적으로 자주 인용되는 명언이다보니 클라크의 유명세 때문에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홋카이도대학 교정에는 클라크의 흉상이 자리하고 있는데, 관광객들에게는 기념 사진 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캠퍼스 곳곳의 안내판에도 클라크의 얼굴이 심볼처럼 들어가 있다. 클라크는 홋카이도 개척 당시 황무지에 가까웠던 땅을 근대 농업 기술로 일구고, 농업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농학교를 세우고 초대 교장이 되었다고 한다. 그 농학교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규모를 키워 지금은 홋카이도 최고의 국립 대학으로 성장했다. 이 대학은 2010년에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홋카이도 대학 박물관 건물 앞을 지나는 학생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학생들이 많다(사진: 목지수 제공).
홋카이도 대학의 교내 이정표에는 삿포로 농학교 당시 초대 교장이었던 클라크 박사의 얼굴이 들어있다(사진: 목지수 제공).

정문에서 몇 걸음만 더 들어가면, 조용한 숲 속에 까마귀 울음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고, 길게 뻗은 가로수길에는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걸어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방문객이나 관광객이 많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학생들이다. 만약 무거운 책을 들고 오가는 학생들이 아니라면 이곳이 대학 캠퍼스라는 사실을 잠깐 잊을 수도 있다. 작은 강이 흐르는 넓은 잔디밭은 마치 원시림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드는데, 오랜 세월을 견뎌 낸 듯한 고목과 잘 정리된 잔디가 묘하게 대조를 이룬다.

홋카이도 대학 내의 한적한 연못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사진: 목지수 제공).

홋카이도 대학에서 단연 인기있는 도보 코스는 포플러나무 길과 은행나무 길이다. 포플러나무 길은 개척 초기에 삿포로의 방풍림 역할을 하도록 심어졌다. 40m가 넘는 포플러나무들이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빼곡하게 이어져있다. 그 숲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작은 미물처럼 느껴질 정도로 포플러나무 길은 압도적인 자연의 풍경을 자아낸다. 은행나무 길 역시 길게 뻗은 가로수 길의 하나인데 가을이면 홋카이도 대학을 노란 물결로 물들이며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묶어놓는다.

1890년대에 삿포로의 방풍림 역할을 하기 위해 심었던 포플러나무들이 지금은 40m 높이의 숲길을 조성했다(사진: 목지수 제공).
홋카이도 대학 은행나무길. 가을이면 캠퍼스는 노랗게 물들어 이을 보기 위해 많은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사진: 목지수 제공).

홋카이도대학은 대학과 공원, 숲의 기능을 동시에 하고 있는 다기능 복합 스팟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1만 5000명의 청년들이 배움의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기도 하고, 휴식과 여가를 즐기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관광객까지 더해지면서, 이곳은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목적을 갖고 방문하는 숲 속의 다목적 오픈 캠퍼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다양한 교류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지역과 대학의 탄탄한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우리나라 대학 중에도 홋카이도 대학 못지 않은 아름다운 녹지와 산책하기 좋은 길을 품은 곳이 많이 있다. 그런 대학들은 단지 상업시설을 유치하는데서 벗어나 보다 전략적으로 시민들과 외부 방문객들의 유입과 교류를 통한  대학 발전 방안을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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