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표현의 기술’, 나만의 시각으로 나만의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의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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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표현의 기술’, 나만의 시각으로 나만의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의 필독서
  • 부산시 연제구 조윤화
  • 승인 2017.10.1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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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연제구 조윤화

중학교 때 한동안 자기계발서에 심취했던 적이 있었다. ‘10대 시절에 꼭 알아야 할~’ , ‘인생을 바꾸는 습관~’ 같은 제목을 가진 책을 보면, 그 책을 읽기만 하면 하루아침에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책이 내게 남긴 건 쉽게 변하지 않는 나 자신을 탓하는 자괴감뿐이었다. 이후로 나는 자기계발서나 소위 훌륭한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이나 견해를 담은 책은 보지 않게 됐다. 이런 부류의 책은 제목과는 달리 나에게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고른 책만큼은 상황이 달랐다.

최근 난 ‘글쓰기’와 관련해서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중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스스로 나름 글을 못 쓰진 않는다고 자만했는데, 대학생이 되고부터 발전이 없는 글쓰기 실력으로 고생하고 있다. 내 생각을 올바른 어휘와 적합한 표현으로 나타내기가 힘들고 고통스럽다. 특히 모든 것 중에서 가장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사실 위주로 글을 써야만 하는 ‘기사 쓰기’다. 전공이 신문방송인지라, 수업시간에 기사를 쓰는 건 당연지사다. 나의 문제는 자꾸만 내 ‘생각’이 기사에 들어간다는 거다. 생각이 기사에 큰 비중을 차지하면, 그 기사는 객관성을 상실해서 독자의 판단을 방해하고 신뢰성을 잃는다.

이런저런 문제들 때문에 힘겨워하는 나에겐 조언해줄 사람이 절실했다. 글쓰기에 한정된 질문을 깊이 있게 긴 시간 동안 나에게 가르쳐줄 사람이 필요했다. 정답은 책이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글쓰기와 관련한 책들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유시민 작가가 쓴 <표현의 기술>을 집어들었다. 이분의 책을 읽어 보진 못했지만, 이분의 강의를 감명 깊게 들은 적이 있고, 명문으로 잘 알려진 그의 <항소이유서>를 읽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 분의 책이라면 분명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표현의 기술>은 나에게 많은 배움을 준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글쓰기 습관을 되돌아보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개선시켜야 할지에 대한 답을 얻었다. 특히 기사, 독후감, 서평, 칼럼 등 어떤 종류의 글을 쓰느냐에 따라서, 그리고 누구를 독자로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표현의 기술이 달라져야 하며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관한 대목을 읽었을 때, 나는 이 부분을 몇 번이고 읽고 다시 읽었다. 심지어 메모도 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이 책 첫 부분에서 작가 유시민은 왜 글을 쓰냐는 질문으로 얘기로 시작한다. 유시민 작가는 “내 생각과 감정을 남들이 이해하고 공감해 주기를,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 무엇인가 옳은 일을 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썼다”고 했다. 이 말을 읽고 나 또한 나의 글을 읽고 독자들이 내 생각과 감정에 공감하고, 더 나아가 내가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 독자들도 똑같이 분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나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내가 쓰고 있는 기사에 내 생각을 담으려고 했나보다.

결국, 객관적이어야 할 기사에 나의 주관적인 생각을 적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확실한 대답은 <표현의 기술>에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글 쓰는 행위 자체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그리고 인간 유시민을 전보다 더욱 존경하게 됐다. 난 평소 생각이 드러나는 글을 쓰는 사람들, 예를 들어 칼럼니스트들은 자신의 칼럼 속 가치관이 독자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월 할 것 같다고 생각하곤 했다. 실제로 생각을 담은 글을 자주 쓰고, 그 글이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는 유시민 작가는 가끔 글 쓰는 행위 자체가 두려울 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책에서 비춰지는 작가 유시민은 자신의 소신을 솔직하고 가감 없이 말하고, 타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든 흔들리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의 말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설명하는 사람인 듯하다. <표현의 기술>을 아직 읽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 책의 9장 ‘비평은 누가 비평하지’ 부분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여기에 그의 소신과 글과의 관계가 잘 나타나 있다.

“좋은 글이 되기 위해서는 될 수 있는 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그것은 자신 외엔 할 수 없는 세상에서 유일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라고 유시민 작가는 말했다. 그러면 ‘나밖에 쓸 수 없는 세상에서 유일한 좋은 기사는 어떻게 쓰는 것일까?’ 하는 질문이 생겼다. 세상 일은 어찌 보면 비슷하다. 그러나 그 일을 남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하는 기자가 있을 것이고 그냥 지나치는 기자가 있을 것이다. 나밖에 쓸 수 없는 기사란 나만이 볼 수 있는 세상일에 대한 나만의 시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밖에 쓸 수 없는 기사를 쓰고 싶다. 그것은 나만의 시각에 의한 기사일 것이다. 나만의 표현의 기술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만의 시각을 갖는 기술도 더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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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2017-10-22 02:09:18
멋진 질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