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의 시차, 2개의 대륙을 넘나드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을 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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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의 시차, 2개의 대륙을 넘나드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을 싣다
  • 취재기자 임소강
  • 승인 2017.10.15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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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의 변화를 체감하는 러시아 여행기(1) / 취재기자 임소강

지난 겨울, 친구들과 함께 교내 글로벌 챌린지에 합격해 태어나서 처음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출신지도 나이도 모르는 내게 베풀어 주는 외국 사람들의 친절, 난생 처음 느껴보는 이국에서의 자유로움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후 나는 여행 향수병에 걸린 것마냥 여행 생각만 하다 한 학기를 보냈다. 그리고 결심했다. 대학 생활 마지막 학기를 앞둔 마지막 방학에 반드시 국제선 비행기에 다시 오를 것이라고. 첫 해외여행에서 느꼈던 해방과도 같은 자유로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곳, 그리고 버킷리스트로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던 곳, 그리고 경험보다 앞서는 용기를 발판 삼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여행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인 만큼 다양한 기후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나 시베리아는 여름에는 최고 30도, 겨울에는 영하 60도까지 떨어질 만큼 온도차가 크다. 이러한 러시아 특유의 지리적, 기후적 상황에서 철도로 이동하는 기차는 러시아인들에게 가장 안정적인 이동 수단이다. 또한 러시아의 기차역들은 역마다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넓은 영토로 인해 제정 러시아 황제의 손길이 전부 닿지 못하는 러시아의 특징은 지방으로 갈수록 다양해지는 건축물의 형태를 보면 나타난다.

러시아의 다양한 건축 모양을 자랑하는 기차역. (왼쪽부터 순서대로) 블라디보스톡 역, 노보시비시르크 역, 모스크바 역(사진: 취재기자 임소강).

블라디보스톡 역사 안에는 이전에 사용했던 기차 모형과 함께 9288 숫자가 적힌 기념비가 있다. 9288은 블라디보스톡부터 모스크바까지 연결하는 철도 길이인 9288km를 의미한다. 이는 지구 지름의 1/4에 해당하는 길이로써 열차로 이동하면 약 7박 8일이 걸린다. 비행기를 타면 8시간 만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지만, 기차를 타는 것은 내게 여러 모로 의미가 있다. 두 갈래의 철길을 이용해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두 개의 대륙을 횡단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아주 매력적이다. 

기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사람 손길 하나 닿지 않은 것 같은 허허벌판에 철도를 놓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철의 실크로드’라는 명성에 걸맞는 자연 경관은 마치 내가 개척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매일 감탄의 연속이었다. 또한 9000km가 넘는 철도가 놓아질 수 있는 러시아의 평야가 얼마나 광활한지 감히 머릿속으로 짐작할 수 없다.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기차 안에서 생활하는 동시에 거대한 러시아 대륙을 체감하는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왼쪽은 블라디모스톡 역 내에 전시된 열차 모형이며, 오른쪽은 '9288 기념비'(사진: 취재기자 임소강)
열차 내부에 붙여있는 정차시간표(사진: 취재기자 임소강).

대부분의 러시아 기차역에는 두 개의 시계가 배치되어 있다. 하나는 해당 지역의 시간이며 하나는 모스크바의 시간이다. 횡단 열차의 운행 또한 모스크바 시간을 기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승·하차할 경우 본인이 있는 지역과의 시차를 잘 계산해야 한다. 기차 내부에는 역마다 열차가 정차하는 시간표가 붙어있는데, 이 또한 모스크바 시간을 기준으로 기록되어 있다. 열차 안에서 두 개의 시간을 살아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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