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친절은 부담”…일부 매장 '침묵 서비스' 도입에 고객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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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친절은 부담”…일부 매장 '침묵 서비스' 도입에 고객 호평
  • 취재기자 박찬영
  • 승인 2017.10.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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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혼자 볼게요' 바구니 들면 직원 접근 자제..."마음 편하게 둘러 볼 수 있어 좋다" 환영 / 박찬영 기자

대학생 임모(20, 서울시 노원구) 씨는 한 화장품 가게를 방문했다가 매장의 바구니를 보고 놀랐다. 기존의 바구니와 달리, 바구니에 ‘혼자 볼게요’ 혹은 ‘도움이 필요해요’라는 표시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고객이 ‘혼자 볼게요’ 표시가 되어있는 바구니를 들고 있으면, 직원이 알아서 고객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말도 걸지 않고 빤히 쳐다보지도 않는다. 임 씨는 “기존의 매장과 달리 이 바구니를 이용하니까 직원이 옆에서 쳐다보지 않아서 좋고, 딱 필요할 때만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혼자 볼게요’와 ‘도움이 필요해요’ 표시가 되어 쌓여있는 바구니(사진: 취재기자 박찬영).

‘혼자 볼게요’ 바구니와 같은 서비스를 일명 ‘침묵 서비스’라 일컫는다. 침묵 서비스는 기존의 친절한 서비스와는 다르다. 고객이 쇼핑할 때 옆에 다가가 말을 걸지도 않고, 빤히 쳐다보지도 않는다. 심지어는 인사조차 하지 않는 매장도 있다. 이런 침묵 서비스가 고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혼자 볼게요’ 바구니가 SNS를 통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직원들이 부담스러웠는데 저 서비스는 매우 좋은 것 같다”,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서은영(22, 부산시 해운대구) 씨도 침묵 서비스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 씨는 “단순히 구경하러 갔을 뿐인데도 직원들이 일일이 제품 설명을 하면서 따라다니니까 구매를 강요당하는 기분이 들어 부담스러웠다”며 “다른 매장에도 이런 서비스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메이크업 편집샵 CHICOR(시코르)도 화장품 테스트를 하거나 고데기를 써도 직원이 옆에 다가오지 않는다. 다른 백화점 매장에 있는 브랜드들은 백화점 직원이 옆에서 지켜보거나 계속해서 이것저것 제품을 추천한다. 하지만 CHICOR(시코르) 매장은 같은 백화점 브랜드들이 입점한 메이크업 편집샵인데도 백화점 매장과 달리 아무런 눈치를 주지 않는다.

대학생 최지은(24) 씨는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테스트해 보려고 하면 직원들이 다가와서 빤히 바라봐서 제대로 화장품을 사용해 보지 못했다”며 “같은 브랜드가 있는 곳 중 쇼핑할 곳을 선택하자면 당연히 직원이 다가오지 않는 곳에서 쇼핑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침묵 서비스는 일본에서 처음 시작됐다. 일본 의류업체 어반 리서치는 지난 5월부터 ‘침묵의 접객 서비스’를 시험적으로 실시했다. ‘혼자 볼게요’ 바구니처럼 말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표시가 된 쇼핑백을 들고 물건을 고르는 고객에게는 점원이 특정 물건을 권하지 않는 서비스다.

의류 매장 뿐만 아니라 택시도 침묵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 교토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택시회사는 지난 3월부터 '침묵 택시'를 운영 중이다. 침묵 택시의 기사들은 목적지를 물을 때나 계산할 때, 손님이 질문할 때를 제외하고는 잡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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