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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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순간
  • 박시현 시빅뉴스 편집위원
  • 승인 2013.10.2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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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맞는 가을! 우리는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에 과연 서점가를 미소 짓게 만드는 책은 어떤 책일까? 최근 5년 동안 베스트셀러, 또는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책들은 대체로 자기 계발서들이다. 사람들은 열심히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무언가 인생의 전환을 생각하는 듯하다.

스마트 폰에는 다양한 앱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내가 즐겨 찾는 앱이 바로 '세바시,' 즉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세바시는 사회 각계 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연사로 등장하여 펼치는 신개념 오픈 강의 프로그램이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15분이란 시간은 짧은 시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짧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이 앱이나 자기계발서 뿐만이 아니고 다른 첨단 미디어 경로를 통해 우리가 접하는 그들의 성공, 또는 인생 역전 스토리에는 공통적으로 '결정적 순간‘이 있다!

‘결정적 순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사진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다. 필자는 2004년 가을 , 어느 대학 미술관에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을 접하게 되었다. ‘찰라의 거장’, ‘결정적 순간’의 대가 사진을 실제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만날 수 있었다. 브레송은 평생을 소형 카메라인 라이카만을 고집했다. 그 라이카로 인간의 빛, 자연의 빛, 찰라의 빛에서 그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 사진을 다듬는 크로핑(cropping), 트리밍(trimming)도 허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즉, 그는 순간을 담아낸 작품에 어떠한 왜곡과 조작, 변형을 허용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미술관 큐레이터로부터 이런 설명을 들으며 한 작품 한 작품을 대할 때마다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브레송이 만들어낸 결정적 순간의 개념은 스냅 사진의 아름다움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 웅덩이 위를 뛰어오르는 사람을 결정적으로 포착하여 프레임에 담고, 어린 아이가 계단 위를 뛰어 오르며 그림자 사이에 갖혀 있는 모습, 독일군에게 자신을 고발하는 여자의 모습, 네모난 프레임 안에 속력을 내고 달려가는 자전거를 멈추게 만드는 결정적 순간의 모습을 그는 라이카를 통해 바라보았던 것이다.

브레송은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하루 종일 기다리길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야말로 그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자였다. 브레송은 하루 종일, 또는 며칠을 기다리다 만난 ‘결정적 순간’에 재빠르게 초점을 맞춰 단 한 장을 찍은 것이다. 큐레이터는 사진 설명을 하면서 이런 말을 덧붙여 주었다. 많은 이들이 브레송 생전에 이런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냐고 말이다.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고 한다. “사진은 가르치거나 배울 수 있는 행위가 아니라, 가슴에서, 눈에서, 그리고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라고. 소형 카메라를 들고 가슴에서, 눈에서,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그 순간을 포착해서 담아내기 위해, 그는 얼마나 많이 기다렸을까라는 생각이 사진을 보는 내내 들었다.

우리 인생에서 결정적 순간은 선택의 순간일 것이다. 이러한 선택의 순간은 시시때때로 찾아온다. 작게는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에서 어느 팀을 응원할까에서부터 크게는 학교, 직업, 결혼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결정적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가을은 결정적 순간의 계절이다. 201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름 정도 남겨둔 고3 수험생들은 이제 결정적 순간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공무원, 기업, 언론사 공채를 앞둔 대학 졸업 예정자나 졸업생들 역시 결정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취업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가을은 오랜 기다림을 통하여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담을 시간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처럼, 모두들 그 오랜 기다림을 가슴으로, 눈으로, 영혼으로 잘 담아내기를 기원한다.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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