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금혼 축하 알래스카 쿠르즈 여행...아이시 스트레이트 포인트, 허바드 빙하의 장관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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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금혼 축하 알래스카 쿠르즈 여행...아이시 스트레이트 포인트, 허바드 빙하의 장관을 보다
  • 미주리대 명예교수 장원호 박사
  • 승인 2017.10.04 0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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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삶의 뜻을 생각하는 은퇴인 / 장원호 박사

누가 세월을 유수 같다고 했던가요? 우리는 2012년 5월 6일에 결혼 50주년인 금혼을 자축했습니다. 큰 아이 혜경이가 두 남동생 가족을 밴쿠버로 불러 모든 가족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모두 장성해서 결혼하고 자신들의 가정을 이룬 내 아이들은 자녀들, 즉 내에게는 손주들이 학교를 안 가는 방학 기간인 8월 12일에 떠나는 알라스카 크루즈 여행을 5월에 미리 예약해뒀습니다.

우리 가족은 아이들 세 부부, 4명의 손자와 1명의 손녀를 더하면 11명, 그리고 우리 부부까지 합치면 모두 13명에 이르는 대형 단체 관광객이 됐습니다. 제일 큰 손자 벤이 대학 입학 예비고사가 겹쳐서 빠지는 바람에 최종 여행 인원은 12명이 됐습니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모여 1주일 간을 같이 보내게 됐습니다.

우리 부부, 딸 부부, 두 아들 부부, 그리고 손자 손녀들(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큰 아들은 서울에서 외국 기업 사업 담당 국제 변호사로 일하고 있어 가족과 함께 서울에 살고 있고, 둘째 아들 내외는 보스톤 근교에 있는 대학에서 부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우리는 캘리포니아 남단에 살고 있으니, 12명 모두가 함께 모인다는 것은 군사 이동 작전만큼 어려웠습니다. 특히 이제 세 살 된 손자 도빈이와 손녀 하은이는 이동하는 동안 비행기를 타야했고, 크루즈를 타면 배 멀미를 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1주일 여행 내내 전혀 문제를 안일으켜서 큰 효도를 했습니다.

캐나다 벤쿠버 혜경이 집에서 13명이 법석을 떨다가 배에 올라 각 가족 방을 정하고 난 뒤 식당에 모이니, 딴 세상에 온 듯 모두가 자유를 느꼈고, 즐거운 1주일이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도빈이와 하은이의 재롱은 너무 귀여워서, 우리는 서로 먼저 안으려고 경쟁했고, 사춘기 고등학생 에릭은 벌써 배 안에서 친구들을 사귀어서 저녁 식사 시간 이외는 만나기도 힘들었습니다.

크루즈 유람선은 밴쿠버의 유람선 선착장을 서서히 떠나 라이온 게이트(Lion Gate) 밑을 거쳐 서쪽 밴쿠버로 나갔는데, 아름다운 도시 밴쿠버가 오후의 따가운 햇볕을 받아 더욱 빛났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 크고 예쁜 밴쿠버에서 시청 도시 기획관으로 일을 시작하게 된 혜경이를 다시 축하해 주었습니다.

알래스카 행 쿠르즈 유람선(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크루즈에서는 저녁 식사 때마다 손님들이 정해진 테이블에 앉으면, 정해진 웨이터와 조수가 격식을 차려 식사를 '대령'했는데 우리는 고급 포도주를 비싸게 사서 마셨고, 식사 후 디저트를 들면서는 온갖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첫날 저녁 식사 때, 15세 에릭이 나에게 나의 고등학교 시절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한참 망설이다가, 나는 정치인으로 크게 성공하여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조국의 번영에 기여하고 싶어서, 대학 전공으로 정치학을 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 유학 와서 언론학으로 전공을 바꿔서 박사 학위를 받아 교수가 되었고, 그래서 내 직업은 언론학 교수였으며, 큰 학자는 못 되었어도 전 세계에 결쳐 교수하는 박사 제자만 수십 명을 길러낸 자랑스런 교육자였다고 대답했습니다.

에릭은 다시 내게 물었습니다. 젊었을 때 가장 어려웠던 일이 무엇이었느냐고. 나는 서슴지 않고, 29세 때 자녀가 둘이나 되는 가장으로서 미국 유학을 온 것이었으며, 어려운 미국 학사, 석사, 그리고 박사 학위를 6년 만에 마친 난관을 최선을 다해 극복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니, 에릭은 쉽게 수긍이 안 되는 듯한 표정을 보였습니다.   

이 항해는 배가 캐나다 서쪽, 그러니까 태평양을 접한 벤쿠버를 출발해서 태평양으로 약간 나아가다가 항로를 북으로 돌려 북미 대륙을 오른쪽에 두고 북쪽 알래스카로 올라가는 코스였습니다. 이 쿠르즈는 태평양 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닷가 항로를 약 20노트 정도로 서서히 움직이는 호화 유람선으로 바다가 잔잔해 거의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태평양 바다 위에 떠서 움직이는 이 호화 호텔은 울창한 산림으로 꽉 찬 캐나다의 태평양 쪽 절경을 보여 주었고, 식사 때마다 제공되는 고급 요리와 밤마다 공연되는 즐거운 연예 프로그램은 우리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밴쿠버를 떠난 지 사흘 째 되던 날 오후 3시에 크루즈는 만년설과 빙하의 계곡인 알래스카의 아이시 스트레이트 포인트(Icy Strait Point)에 다달아 밤 10시까지 그 주변을 아주 천천히 항해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는 배가 이번 크루즈 여행의 최대 명소인 허바드(Hubbard) 빙하 바로 앞까지 가서 장장 4시간 동안을 그 주변을 서서히 돌면서 여러 방향에서 빙하의 장관을 보여 주었습니다.

알래스카와 캐나다에 걸쳐 있는 거대한 허바드 빙하(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허바드 빙하는 알래스카와 캐나다 땅의 일부에 걸쳐 있으며, 이 빙하 일부가 2002년에 길버트 포인트(Gilbert Point)까지 떠내려와서 거의 호수를 하나 만들 뻔했다고 합니다. 이 허바드 빙하의 길이는 약 120km나 되고, 빙하 안에는 높이 3500m의 왈시 산(Mt. Walsh)이 있으며, 거기서부터 약 8km를 물이 흘러 태평양 바다에 닿는다고 합니다.

허바드 빙하는 지난 100년간 바다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지구 온난화로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걱정하는 학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1986년에 이 빙하는 러셀포드 계곡을 막아서 러셀 호수를 만들었다가 3개월 후에 다시 부서져 바다로 나갔는데, 당시 빙하가 만들었다가 사라진 폭포가 나이아가라 폭포의 35배 정도였다고 하니, 자연의 무서운 힘에 놀라울 뿐입니다.

빙하가 바다까지 흘러내려와 깨지는데는 400년이 걸린다고 하니, 바다에 떠 있는 얼음 덩어리는 최소한 400년 전에 생성된 것들이고, 그 중에는 크기가 10층짜리 건물만한 것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큰 얼음 덩어리는 대부분이 물 속에 잠겨 있고 작은 윗부분만 보이기 때문에, 우리가 타고 있는 유람선은 아주 조심스럽게 얼음 덩어리 사이를 움직인다고 선장이 알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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