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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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캐스팅
  • 우병동 시빅뉴스 편집위원
  • 승인 2013.10.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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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연예인들 중에 “어떻게 연예계에 데뷔하게 되었는가” 하고 물었을 때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감독이나 스카우터의 눈에 띄어 발탁되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래서 연예계에 뜻이 있는 지망자들 중에는 일부러 기획자나 매니져들이 많은 곳을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제는 취직을 하는데도 이렇게 길거리에서 취업 담당자의 눈길을 의식하는 시대가 되었다.

얼마전 몇몇 대기업들이 신입 사원을 뽑는 방법으로 오디션 형태를 이용하여 화제가 되었다. 지원자들을 모아놓고 종래의 방법처럼 필기시험을 본다거나 면접을 보지 않고 노래를 부르거나 연설을 하게 하는 등 특기나 끼를 발휘하게 하여 눈에 띄는 적임자를 골라 내는 방식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취업 지망생들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지 않고 음악 학원이나 댄스 교습소를 찾아 숨겨진 끼를 개발하겠다고 나서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그렇지 않으면 스피치 학원을 찾아 연설을 공부하고,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기업에서는 자동차 등 이공계 분야의 신입 사원을 뽑는데 역사 관련 문제를 내어 응시자들을 당황하게 했다고 한다. 고려나 조선 시대 인물들 중에서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들고, 무엇 때문에 그를 존경하게 되었는지를 묻는 인문학적인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자동차나 기계에 관한 질문을 생각하고 준비했던 이공계 지망자들로서는 날벼락 같은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이처럼 전문 지식보다 인문적 소양이나 가치관을 시험하려는 기업의 의도는 분명히 종래의 생각과는 다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떤 학생은 새벽에 버스를 타고 가다가 “우리 회사에서 일해보지 않겠는가” 하는 기업 취업담당자의 제의를 받고 황당했다고 한다. 기업에서 이제는 틀에 박힌 스펙을 가지고 오는 취업 희망자들을 기다리지 않고 지원자들의 평소 생활 태도를 보고 적격자를 뽑겠다고 스스로 찾아 나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영어와 상식, 그리고 전문 지식등으로 무장한 우수한 지원자들을 뽑아 써보니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는 평가다. 그들이 주어진 일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스스로 일을 찾아 실적을 만들고, 생각지 않게 닥치는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데는 부족한 능력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틀에 짜인 지식과 성적을 보기보다 창의성과 평소의 적극적인 생활태도를 보고 사람을 뽑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

기업의 취업 담당자가 이제는 새벽 첫차를 타고 학교로 가서 도서관에 앉아 열심히 공부하거나 시장이나 업체에서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성실한 학생들을 만나서 “우리 00자동차에서 일해 보지 않겠나,” 혹은 “우리 XX전자에 들어오지 않겠는가” 하고 권유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새벽에 학교로 가는 지하철에서, 또는 저녁 늦게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버스에서 낯선 사람으로부터 자기 회사에 취직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게되는 경우를 말이다. 얼마나 당황스러우면서도 행복한 일이 아니냔 말이다.

이제 취업은 짜여진 틀에 맞추어 준비하는 시대로부터 평소의 성실하고 능력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것은 겉으로 만들어진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재된 창의성과 진취성을 개발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나타내는 데 달려있다는 것을 말한다. 돈을 주고 성적을 만들고 부탁해서 봉사 실적을 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이 노력하고 생활 속에서 그것을 드러내는 성실하고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누가 아는가. 어느날 하루종일 열심히 공부하고 일한 다음 막차를 타고 꾸벅꾸벅 조는 귀가 시간에 옆자리에 앉은 낯선 사람으로부터 “우리 회사에서 일해보지 않을래” 하는 달콤한 제안을 받게되어 행복해질 때가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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