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어 부스럼 된 트럼프의 '무릎꿇기' 퍼포먼스 막말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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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어 부스럼 된 트럼프의 '무릎꿇기' 퍼포먼스 막말 비난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7.09.2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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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F 선수의 인종 차별 항의 '무릎꿇기' 비난한 후, 정치인·연예인 등 미 전역서 따라하기 확산 / 신예진 기자

미국 프로 풋볼 NFL 구장에서 시작된 ‘무릎꿇기’ 퍼포먼스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뜻으로 시작된 이 퍼포먼스는 이를 비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말에 저항하는 의미로 바뀌면서 더 널리 퍼지고 있는 것.

‘무릎꿇기’ 퍼포먼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미식축구 선수를 비난한 것이 불씨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시각 지난 22일 미국 앨라배마 주에서 열린 공화당 루서 스트레인지 상원의원 지원 유세 발언에서 막말을 쏟아 냈다. 당시 그는 "난 우리 구단주들이 미국의 국기에 결례를 범하는 선수에게 '저 개X끼(son of a bitch) 당장 끌어내고 해고해'라고 말하는 걸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막말은 미국 프로 미식축구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전 쿼터백이던 콜린 캐퍼닉(28)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8월 경기 전 국가 연주 때 서 있지 않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는 미국 경찰이 흑인에 대한 과잉 대응에 항의하는 의미였던 것.

트럼프의 과격한 발언은 스포츠 선수들은 물론 정치권, 유명인, 일반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지난 25일 NFL 댈러스 카우보이스와 구단주 제리 존스는 경기 전 국가 연주 중 무릎꿇기 퍼포먼스를 보였다. 해당 팀은 미국 내 대표적인 보수 지역인 텍사스 팀으로 미국 최고 인기 풋볼 구단이다. 이 밖에도 지난 주말 경기를 치른 NFL 선수 100명 이상이 국기에 경례 대신 무릎을 꿇었다.   
  
무릎꿇기는 학교에도 전파됐다. 캘리포니아 주 앤시날 고등학교 학생들은 국가 울펴 퍼지는 동안 무릎을 꿇고 주먹을 쥔 손을 올렸다. 다이넬 허스트 교장은 "미국인으로서 이렇게 이 나라가 창피한 적이 없었고, 동시에 국민이 이렇게 자랑스러운 때가 없었다"고 연설했다. 워싱턴 DC 조지타운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단체로 무릎을 꿇었다.   

정치인들도 무릎꿇기에 나섰다. 민주당의 실라 랙슨 리 하원의원은 지난 24일 “나는 국기 앞에서, 수정헌법 제1조에 경의를 표하며, 국기가 자유의 상징이기 때문에, 앞으로 인종주의에 맞설 것”이라며 무릎을 꿇었고, 다음날인 25일 민주당의 마크 포캔 하원의원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항의하며 무릎꿇기를 선보였다.

또 가수 스티비 원더가 23일 뉴욕 센트럴파크 공연에 앞서 아들과 함께 무릎을 꿇는 등 문화예술인도 저항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에 반발하는 의미인 '무릎꿇기' 퍼포먼스 사진이 트위터를 중심으로 도배되고 있다(사진: 트위터 캡쳐).

이처럼 무릎꿇기 퍼포먼스를 하고 이를 사진을 찍어 온라인으로 인증하는 문화가 형성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무릎꿇기를 금지하자고 맞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본인의 트위터에 "NFL은 모든 종류의 규정과 규칙이 있다"면서 "그들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국가가 연주되는 도중 무릎을 꿇을 수 없게 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발맞춰 제프 세션스 미 법무부 장관도 ”국가가 연주될 때는 사람들이 서 있어야 한다“며 트럼프와 뜻을 같이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이고 강경한 언행이 지지층 결집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최근 수위 높은 유엔총회 기조 연설, 무릎꿇기와 관련한 막말 트위터 등에 트럼프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열광한다는 것. 따라서 애국심과 인종차별을 대결 구도로 만든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행보를 이어나갈지 미국 언론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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