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 이곳이 지상낙원...미국 최고의 LA 인근 실버 타운 '라구나 우즈 빌리지'에서 새 둥지를 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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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이곳이 지상낙원...미국 최고의 LA 인근 실버 타운 '라구나 우즈 빌리지'에서 새 둥지를 틀다
  • 미주리대 명예교수 장원호 박사
  • 승인 2017.09.2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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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삶의 뜻을 생각하는 은퇴인] / 장원호 박사

미주리대학교는 물론 아주대학교 석좌교수 자리까지도 완전히 은퇴하고 컬럼비아에서 계속 지내고 있던 우리는 2004년 2월 라구나 우즈 빌리지(Laguna Woods Village)에 살고 있는 조순승 박사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조 박사는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나와 같이 미주리대학의 정치과 교수로 있다가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픽업되어 평민당 국회의원을 지낸 분이었습니다. 조 박사는 '지상 낙원 라구나 우드 빌리지'를 한 번 와서 구경하고, 좋으면 이곳으로 이사 와서 같이 살자는 고마운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는 2박 3일 조 박사 댁에 머물면서, 라구나 우즈 빌리지의 이곳 저곳을 살펴 보다 지상 낙원이 바로 이곳이란 생각을 바로 굳히고,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계약하고 컬럼비아로 돌아 갔습니다. 그리고 7월에 이사를 했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곳의 절대적 요건은 이 동네가 라구나 비치에 붙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태평양을 끼고 있는 이곳 해변은 그림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이곳 빌리지의 주택 중 해변가에 있는 집은 너무 비싸서 우리 형편과는 거리가 멀었고, 또 해변은 습도가 높아서 관절염이나 신경통이 오기 때문에 은퇴 노인들에게는 별로 좋지 않다는 변명을 위안 삼아, 우리는 해안에서 6마일(9.6km) 내륙으로 떨어진 '라구나 우즈'라는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라구나 우즈 빌리지'에 집을 산 것입니다. 지금은 라구나 우즈 빌리지라 불리지만 집을 살 당시 이 마을의 이름은 '리져 월드(Leisure World)'였습니다. 

아래 동그라미가 라구나 비치이고 위의 동그라미가 LA이다(사진: 구글 지도 캡처).

이곳에 이틀 있는 동안, 나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습도가 낮고 섭씨 약 20도인 이곳의 2월 기온이 환상적이라고 감탄했습니다. 조 박사 내외도 이곳의 날씨가 환상적이라는 데에 동의했으며, 나는 무엇보다도 겨울에도 히터가 필요 없을 정도인 이곳의 기후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실버 타운이라인 이곳은 은퇴인만을 위한 여러 가지 시설과 입주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날씨 이외에도 LA 공항이 인근이어서 서울과도 가깝다는 이점이 또 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미주리 컬럼비아에서 서울로 한 번 가려면 거의 하루인 24시간이 걸리는데. 이에 비하면 이곳에서는 그 반도 안 걸리는 시간 절약의 장점이 있습니다.

은퇴했으니 플로리다로 가서 살자고 권유하는 친구 몇 명이 있었으나, 나는 이곳의 기후 조건 이 훨씬 더 좋고 또 서울이 가깝다는 이유를 들어 오히려 플로리다를 주장하는 그들도 이리로 오라고 설득할 작정입니다. 뉴저지에 사는 손 장로도 이곳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우리는 이곳으로 여러 명의 친한 은퇴인을 초청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곳은 모든 조경과 주변 청소를 관리회사가 해 주기 때문에, 그 동안 즐겨 키워 온 컬럼비아 집 앞마당의 잔디와 정원, 그리고 나무들을 모두 버려야 하고, 정원 관리에 필요한 도구도 모두 버려야 했습니다. 잔디 깎는 기계도 최근에 새로 샀지만 버려야 하고, 나무 베는 체인 톱도 버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정원 도구만도 한 살림인데, 새로 가는 곳에는 이러한 잡다한 도구가 필요 없고 또 간수할 장소도 없었습니다.

2004년 여름, 한국에는 폭우와 폭염이 기승을 부렸는데, 이곳 미국의 기후는 너무도 좋았습니다. 이곳 라구나 우즈는 1년에 20일 정도 겨울 철에 비가 온다고 합니다. 태평양이 바라보이는 라구나 비치가 있고, 동쪽으로 20Km 가면 나무도 풀도 자라기 힘든 사막의 산들이 있으니, 우리가 사는 지역은 사막과 해변을 양편에 두고 있습니다. 여름 낮에는 제법 따가운 햇살이 있지만, 습도가 낮아서 그늘에 들어가면 살만하고, 오후 3시경이면 바닷바람이 불어와 시원합니다. 밤에는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여름에도 솜이불을 덥고 자야 하고, 아침 저녁 산책에는 스웨터를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이 빌리지가 운영하는 버스는 “Resort Living: California Style(휴양지 생활이 곧 캘리포니아 생활방식)”이라고 쓰인 문구를 자랑스럽게 달고 달리는데, 우리는 이곳에서 휴양지에 온 것 같은 기분으로 하루하루의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7시에 모이는 수영 클럽에 나가는데, 마치 세수하러 가는 기분으로 수영장에 가서 300m 정도 빠르게 수영하는 것을 날마다 잊지 않습니다.

라구나 비치의 콘도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이곳에 이사 오는 사람들이 하나처럼 하는 말이 “이 세상에 이런 곳이 있는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플로리다의 실버 타운으로 갔던 몇 가정이 이곳으로 옮겨 왔는데, 그들의 이야기는 “그곳 여름은 너무 덥고, 모기 때문에 못 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곳은 여름에도 습도가 낮기 때문에 더운 줄을 모르고, 습도가 낮으니 모기와 파리를 보기 힘든 곳이기도 합니다.

은퇴인의 파라다이스라고 알려진 이 동네에 사는 한인들은 처음 보는 다른 한인을 만나면 “이곳이 천당인지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라고 묻는 게 인사며, 그러면 “먼저 온 친구들이 좋다고 말해도 믿지 않다가 와서 보고는 바로 집을 샀지요”라고 나와 똑 같이 답합니다. 이곳으로 온 한인들의 3분의 2는 이곳을 와 본 경험이 있는 캘리포니아 거주 한인들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이사 오는 사람들은 남의 말을 믿기보다는 와서 보아야 하는가 봅니다. 북쪽에 살다가 눈 치우기에 지친 사람이 겨울에도 섭씨 20도가 넘어 햇볕이 따가운 이곳 기후에 홀딱 반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곳으로 이사 오는 사람들이 꼽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남 캘리포니아의 기후였습니다.

이 빌리지는 14개의 모든 출입문에서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며, 자체 경비원들이 항상 순찰하고 있어서, 주민들은 밤늦게도 빌리지 내를 걸을 수 있습니다. 골프장, 행정 본부, 식료품 가게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점을 자동차가 아니고 골프 카트를 타고 갈 수 있다는 것도 아주 편리한 장점이었습니다.

빌리지에는 1만 2637가구가 있지만, 주택 모양이 125가지로 디자인되어 있어서, 전체적인 주택 풍경이 다양하고 조화롭습니다. 대부분이 단층 주택이며, 일부 주택 만이 3층으로 제일 높습니다. 그리고 90% 이상의 집은 방이 두 개이며, 한 집의 크기는 약 35평 정도인데, 한 집의 가격은 20만 달러(약 2억 원)에서 80만 달러(약 8억 원) 정도입니다.

라구나 우즈 빌리지의 주택(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주민 전체의 쾌락한 주거환경을 유지하기 위하여, 이 빌리지는 구입 자격과 거주인 연령을 제한하는데, 구입 자격은 1)거주자 중 한 사람이 55세 이상이어야 하고, 2)연수입이 3만 6000달러(3600만 원 가량) 이상이어야 하며, 3)순자산이 10만 달러(1억 원 가량) 있어야 하고, 4)자녀가 구입하면 부모가 거주할 수 있다는 것 등입니다.

라구나 우즈 빌리지 단지 안에는 27홀의 챔피언 골프장과 9홀의 노인 골프장이 있으며, 18홀 그린 피가 11달러(1만 원 가량)입니다. 250야드 길이의 골프 연습장이 있고, 연습 공 큰 박스가 4달러입니다. 이곳의 제일 편리한 점은 본인 소유 전동 골프 카트를 집에서 몰고 직접 골프장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골프 클럽 뿐만 아니라 각종 클럽 모임이 230여 개나 있어서 은퇴인들의 다양한 운동과 취미 생활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클럽 모임을 위한 클럽 하우스가 7개나 있고, 수영장과 목욕탕 시설이 4개 있으며, 각종 운동 시설과 테니스장, 탁구장 등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탁구, 테니스, 낚시, 등산, 자전거, 여행, 미술, 도자기, 댄스, 연극, 영화, 컴퓨터 클럽 등도 있는데, 원하는 클럽이 기존 클럽들 중에 없으면 새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서로의 과거에 대한 선입견이 전혀 없이, 나이가 비슷한 친구들이 골프장과 다른 여러 모임에서 새로 만나면 오랫동안 알고 지낸 듯이 반갑고 다정한 정담을 나눌 수 있는 것도 이곳의 매력 중 하나라고 이곳에서 오래 산 김 박사가 말합니다. 남자들은 턱시도 정장을 하고 여자들은 화려한 한복을 입은 한인들이 골프 클럽 파티나 한인회 파티를 열면, 이곳 빌리지 다른 민족 출신들이 선망의 눈빛으로 보기도 합니다.

라구나 우즈 빌리지는 1964년 9월 10일에 첫 10가구가 입주했으며, 2014년에는 창설 50주년을 맞아 다양한 5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습니다. 빌리지 창설자 로스 코티즈(Ross Cortese) 는 1961년 1200에이커의 단지를 조성하고 3472가구를 입주시켰으며, 1963년에 추가로 3500에이커의 땅을 구입해서 오늘의 라구나 우즈 빌리지를 건설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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