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일병 유탄 사망, 軍 ‘도비탄’ 추정에 의문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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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일병 유탄 사망, 軍 ‘도비탄’ 추정에 의문 속출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7.09.2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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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성급한 군 발표 믿을 수 없다" 강력 반발... "사격 훈련 하면서 통제도 않았다" 성토 / 신예진 기자
강원도 철원에서 육군 일병이 총탄에 머리를 맞아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군 당국은 해당 사고가 '도비탄'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강원도 철원의 6사단에서 진지 공사 후 부대로 복귀하던 A(22) 일병이 어디에선가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총탄을 맞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육군은 이번 사고가 이런 ‘도비탄’(跳飛彈)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유가족 측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육군 관계자는 27일 “이번 사건에 대한 초기 조사 결과, 숨진 A 일병은 도비탄으로 인한 총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도비탄은 총에서 발사된 총탄이나 포탄이 돌이나 나무 등 딱딱한 물체에 맞고 정상 발사 각도가 아닌 방향으로 튕겨져 나간 탄환을 말한다. 사건 발생 당시 사격장에서는 12명의 병력이 K2 소총 사격 훈련 중이었으며, 누구의 총탄이 A 일병에게 날아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사격에 참여했던 인원의 총기를 모두 회수했다”며 “A 일병 머리에 박힌 총탄도 회수해 정밀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A 일병이 지난 26일 오후 4시 10분께 철원 금악산 일대에서 전투 진지 공사를 마무리하고 소대장 등 부대원 28여 명과 함께 걸어서 복귀하던 중 발생했다. A 일병은 대열 뒤쪽에 있다가 머리에 총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A 일병은 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약 1시간 만인 오후 5시 22분 숨졌다. 사건이 일어난 길은 평소 병사들이 이용하던 길로 부대 밖이라 부대 경계선을 이루는 철조망과 방벽 등이 설치된 전술 도로다. 다만 인근 부대 사격장과 약 40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사격 훈련이 있을 때는 이동이 통제된다고 한다.

문제는 사고 당일 사격장에서 K-2 소총 사격훈련이 진행 중이었지만, A 일병과 부대원들은 아무런 통제 없이 이 길을 이용해 부대로 복귀했다는 점이다. K-2의 유효 사거리가 460m인 점을 고려했을 때 해당 길은 매우 위험한 구간인 셈. 하지만 SBS에 따르면, A 일병 소속 부대의 통행 금지 조치가 없었다는 발표와 달리, 사격 훈련을 한 부대 측은 통제 조치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유가족 측은 군 당국의 ‘도비탄’ 발표에 조사가 부족하다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TV조선에 따르면, 유가족은 도비탄이면 총알이 찌그러져야 하지만, 엑스레이 촬영 결과 A 일병의 머리에 남아 있는 총알은 매끄러운 모습이라는 것. 유가족은 “풀잎을 맞은 도비탄이면 가능하다”고 반발했다.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인터넷으로 유가족과 군 관계자가 사건 관련 대화를 나누는 영상이 퍼졌다.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유가족과 군 수사관, 대대장인 것으로 보인다. 영상에 따르면, 유가족은 “사격 훈련 중 통제를 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김정은이 미사일을 쏘고 난리인데 헬멧도 안 쓰고 다니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항의했다. 또, 유가족은 “하다못해 시골 예비군을 가도 총을 쏠 때 사이렌을 울리고 방송하고 쏘는데 군부대에서 이게 말이 되냐”고 울분을 토했다. 특히 영상 중간중간 사망한 병사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의 비명 섞인 울음소리가 담겨 안타까움을 더했다.

A 일병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도 군 당국의 발표에 의문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도심에 있는 예비군 훈련장에서도 사격 관리는 철저히 감독해 사격장에서 총을 쏴도 절대 도비탄으로 죽을 수 없는 구조로 돼있다”며 “철원에서 나무와 철조망을 다 피하고 총알이 튕겨나와 머리를 관통했다는 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비역 신모 씨는 “1960년 대도 아니고 사격 실수로 총알이 정확하게 머리를 관통했다는 사실을 도대체 누가 믿겠냐”며 “국방부가 제대로 진상 규명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해야한다”고 분노했다. 신 씨는 “유가족이 납득할 만한 이유와 알맞은 보상도 당연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철원에서 군 생활을 했다는 일부 네티즌들은 “낯설지 않은 이야기”라고 언급했다. 사고가 발생한 6사단에서 전역했다는 한 네티즌은 “군 생활하던 당시 사격 교육 받을 때, 이와 비슷한 사고 사례가 가끔 발생했다고 교육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문제의 사격장 내에서 사고가 발생한 뒷길이 절대 보이지 않는다”며 “사격장 뒤쪽 길을 가면 탄흔을 곧잘 발견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숨진 A 일병이 정말 운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군 당국의 '도비탄' 발표 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군필자들이 경험과 지식을 풀어놓는 동시에, 청와대 국민 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철원 일병 총기 사고 진상 규명'을 외치는 게시물들이 속속히 올라오고 있다. 따라서 군 당국의 명확한 조사와 발표가 이뤄지지 않으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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