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살이 궁금해? 그럼 벗겨”, “오빠의 소세지 야채볶음... 되게 크다”, “쌀 것 같아.”
음란물 영상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 문구들은 다름 아닌 대학 축제의 주점 메뉴판에 등장한 글이다. 대학생들이 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주점에 안주와 주류 종류 등을 설명하면서 이 같은 문구를 ‘홍보용’으로 가져다 쓴 것. 성적 의미를 연상시키는 표현으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해당 학교에서는 “학교 망신”이라는 성토도 빗발치고 있다.
26일 전남대학교 소식을 전하는 ‘전남대 대신 전해드려요’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이 이 같은 글을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문제의 메뉴판은 전남대학교 경영대 축제에서 나왔다.
공개된 메뉴판은 가관이다. 모든 메뉴는 음담패설로 도배된 선정적인 문구로 표기됐다. ‘섹파전(#그거_말구_섹시파전말이야)’, ‘튀김만두(#속살이_궁금해?_그럼 벗겨)’, ‘오빠의 소세지 야채 볶음(#되게_크다_뭐가 크다구?)’, ‘쌀것같아 #싸다는 의미’ 등이다.
대다수 전남대 학생들은 비판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학생은 “이런 일로 매스컴을 탄다는 게 참 부끄럽고 어이가 없다”며 “매번 논란이 되는데 굳이 이런 걸로 메뉴를 만든 사람들 머릿속이 제일 궁금하다”고 혀를 찼다.
해당 소식을 전한 전대신문 페이지에도 날 선 반응이 줄을 잇는다. 학생들은 “저런 더러운 글을 쓰고 만족하며 웃기다고 좋아했겠지”, “저게 재밌나”, “가지가지 한다”, “포르노 영화 홍보하나”, “전대생 아니라고 하고 싶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논란이 확대되자 축제 운영진은 해당 메뉴판을 폐기하고 다른 메뉴판으로 교체했다.
대학가 축제 주점의 선정성 논란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5월 강릉 원주대학교에서는 ‘89싶다’, ‘49싶다’, ‘니 고추 장불고기 주먹밥’, ‘오빠가 꽂아준 어묵탕’ 등의 문구가 적힌 메뉴판을 공개해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지난해 조선대학교에서는 아예 “오빠 여기 쌀 것 같아” 등의 문구를 플래카드로 내걸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이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린 제보자는 “친구와 지나가다 주막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경악했다”며 “광주 시민 다 올 수 있는 축제에 당당하게 이런 현수막을 내걸다니 어이가 없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15년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에서는 ‘오원춘 세트’가 등장해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도 있었다. 당시 '방범포차'라는 콘셉트로 운영된 해당 주점에서는 곱창볶음, 모둠 튀김 등을 한 데 내는 ‘오원춘 세트’를 판매했다. 오원춘은 2012년 수원에서 20대 여성을 납치 살해했고 인육을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던 중국인. 주최 측의 공식 사과에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학교 중앙위원회에서 축제 취소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학생들의 그릇된 성 관념이 문제 발생의 근원이라고 지적한다. 왜곡된 성 인식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측은 “성인식을 바꾸는 캠페인 활동이나 성 인권을 다루는 문화 운동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학생 차원의 움직임도 의미 있고 필요하지만, 대학교 차원에서도 이런 캠페인 문화나 인식 개선 운동 기회를 만들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