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 아주대학교 석좌교수: 학생 기자들과 하바드대학, 워싱턴 DC 해외취재를 끝으로 석좌교수에서 은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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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아주대학교 석좌교수: 학생 기자들과 하바드대학, 워싱턴 DC 해외취재를 끝으로 석좌교수에서 은퇴하다
  • 미주리대 명예교수 장원호 박사
  • 승인 2017.09.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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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보람 찾는 언론학 교수] / 장원호 박사

(17)-5에서 계속:

우리는 계획대로 아침 6시 반에 95번 도로를 타고 뉴욕에서 하버드 대학이 있는 캠브리지까지 강행군을 했습니다. 예정보다 빨리 도착한 시간은 10시 반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오후 4시까지 하버드 대학과 MI T대학을 취재하고, 밤늦게 예일 대학이 있는 뉴헤븐에 도착하여 메리어트 호텔에 짐을 풀었습니다. 우리는 새벽부터 가랑비를 맞으며 예일대 캠퍼스를 열심히 취재했습니다. 나는 작은 아들 유진이 내외 등 세 명이나 예일 대학을 졸업시켰으니 이곳이 낯설지 않았지만, 세계적 명문 대학을 찾은 아주대 학생 기자들의 관심은 매우 컸습니다.

하바드 대학 도서관(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예일대학교 화남홀(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그들 취재의 초점은 오래된 건물보다 명문 미국 학생들이 어떤 캠퍼스 생활을 하고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취재 결과, 한국 학생들이 알게 된 사실은 공부에 쫓기기만 하는 예일대 학생들은 화장을 하지도 않았고, 좋은 옷을 입지도 않았으며, 핸드폰을 갖은 학생도 보기 힘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녁 5시쯤 예일대를 떠나 그 날 밤 우리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도착했습니다. MBC의 워싱턴 특파원인 최창영 씨가 맥클린에 있는 ‘홈스테드’라는 콘도형 호텔을 예약해주었는데,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는 등 간단한 조리가 가능한 이 호텔의 경비는 한 방에 100달러 정도였습니다.

나는 워싱턴에 셀 수 없이 많이 갔지만 일과 연관된 출장이었기에 관광을 해본 적은 드물었습니다. 트레일러를 끌고 제자였던 외대 고 김흥규 교수 내외, 현 성균관대 교수 김정탁 내외, 그리고 내 동생 원흥이 내외 등 8명이 함께 관광을 왔던 1980년이 제일 여유 있게 이 미국의 수도를 본 시절로 기억됩니다. 1980년 당시에는 관광객이 백악관 앞까지 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백악관 내부를 투어할 수도 있었는데, 9.11사태 이후라서 그런지 이제 백악관은 관광객이 멀리서만 볼 수 있게 철책이 둘러쳐 있었고 경비도 삼엄했습니다. 세계가 좁은지 백악관 앞을 지나다 앞에서 소개한 86회(군대 동기회)의 같은 회원이고 캐나다 토론토에서 신문을 하는 유영린을 만났습니다. 가족과 함께 미국 각 지역을 여행하던 그를 이곳에서 딱 마주친 것입니다.

백악관(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우리는 FBI 투어를 하고 프레스 센터에 들러 그 안에 있는 MBC 사무실과 미주리 대학교 언론대학 사무실(미주리 언론대학은 학생들의 연방 정부 취재를 교육시키기 위해 이곳에 학생을 보내고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음)을 방문했습니다. 프레스 센터는 오전보다는 저녁 때가 바쁜 시간이어서, 우리가 간 오전에는 별로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프레스 센터의 식당 층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바로 국회 의사당으로 가서 의사당 관람을 마쳤습니다. 그후 우리는 3시간 동안 각자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보고 의사당 앞으로 다시 헤쳐 모이기로 했습니다.

자연사 박물관, 항공우주 박물관 등 거대한 독립적 박물관 여러 개가 모여 있는 스미소니언이야말로 며칠이 걸려도 다 못 보는 곳인데 3시간 만에 관광을 하라고 하니, 학생들은 불만스러워 했습니다. 그러나 알링턴 묘지를 거쳐 9.11에 파괴된 국방성 펜타곤 건물을 보려면 시간상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나는 알링턴에 들려 케네디 묘 앞에서 지난 역사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펜타곤은 파괴된 건물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먼 발치에서만 구경하고, 우리는 곧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에 있는 케네디 대통령 묘소와 꺼지지 않는 불꽃(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미국 워싱턴DC의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 내부(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나는 학생들에게 젊어서 다 보지 말고 좀 남겨 놓고 가야 언젠가 다시 오게 된다고 타일렀으나, 그들의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녁은 최창영, SBS의 허인구, 경향의 이승철, 그리고 옛날 서울신문에 있다가 이곳에 와서 한국어 텔레비전의 보도국장 겸 앵커를 하는 최철호 등의 지인들이 중국집에서 좋은 만찬을 우리 일행에게 대접했습니다. 만찬이 끝나고 학생들은 호텔로 가고, 나는 이승철과 함께 허인구 집으로 가서 그들의 가족들을 만나 그동안 미국 특파원의 고달픈 생활 이야기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헤어지기를 아쉬워했습니다.

아침 일찍 일기예보가 워싱턴 쪽에서부터 뉴욕까지 큰 눈이 내린다고 하여 나는 내심 무척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계획대로 이른 아침 포토맥 강 옆에 있는 링컨 센터를 돌아보고 뉴욕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오는 도중에는 눈을 만나지 않았으나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눈이 심하게 와서, 나는 내일 학생들이 한국행 비행기 타는 일이 벌써 걱정되었습니다. 아침에 학생들을 케네디 공항으로 데리고 가서 서울행 노스웨스트 비행기를 태워주고, 나는 미주리로 가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행기는 12시 출발인데, 우리는 아침도 안 먹고 케네디 공항으로 갔습니다. 케네디 공항에서 햄버거로 아침을 먹고 비행기 수속을 마친 뒤 학생들과 헤어졌을 때는 10시 반 정도였습니다. 나는 학생들과 이별하고 바로 라가디아 공항으로 가서 렌트한 밴을 돌려주었습니다. 원래 나는 내일 미주리로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눈이 계속 오는 바람에 빨리 미주리로 가는 방법을 찾기 위하여 다시 비행장으로 갔습니다. 눈 때문에 비행기 편이 많이 취소되었으나, 가까스로 디트로이트로 돌아서 미주리로 가는 비행기 편을 구하여 그 날 밤늦게 미주리 컬럼비아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오니 온갖 피로가 몰려와 한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했습니다. 역시 나이는 어쩔 수  없나봅니다. 70이 넘은 나이에 젊은이들과 밴으로 2600Km를 달렸으니, 가히 엄청난 여행이었습니다.

이렇게 학보사 해외 취재여행을 매년 하게 되니 미국 취재 기사를 학보로부터 본 학생들과 교수들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했습니다. 특히 학보사 기자 지망생들이 많아져 신입기자 충원 걱정이 없어지기도 했습니다.

아주대학교에서 신문사 주간 교수가 해야 하는 일 중에는 유선 라디오 방송으로 틈틈이 학교 소식과 음악을 틀어 주는 방송국을 운영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내 임기 중에 라디오에서 케이블 텔레비전 방송도 시작해서 학교에도 방송하고 또 수원 팔달구에 있는 지역방송에 프로그램을 내보내자는 아이디어를 몇 번이나 제안했지만, 총장이 바뀌는 바람에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주대를 떠나면서 꼭 TV 방송국 운영을 해보라고 학교 당국에 신신당부했으나 실현되지 못한 것으로 들었습니다. 내가 있을 때 좀더 확실하게 추진하지 못 한 것이 지금도 후회됩니다. 

아주대학에는 외국인 객원교수를 위한 4채의 아파트가 있었으며, 불란서 식으로 설계된 우리가 산 아파트는 3층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아파트 맨 아래층은 거실이고, 둘째 층에는 식당과 부엌이 있으며, 3층에는 침실이 두 개있었습니다. 이 아파트는 총장용으로 비워 둔 것이었다고 합니다. 아파트는 팔달산 중턱에 있어서 아주대 뒷산인 팔달산은 최적의 등산 코스였습니다. 우리 부부는 틈만 있으면 뒷산에 올라가 산책했습니다.

아주대학교 정문 앞에서 서울 사당 역까지 가는 직행 버스가 있어서 아주대에서 서울 왕래가 아주 편리했습니다. 그 덕에 나는 서울 친구들이나 동생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구에 있는 막내 처남이 승용차를 하나 구해 주어 수원 시내를 돌아 다니는 데도 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가는 세월 막는 장사는 없다더니, 3년이 후딱 지나가버렸습니다. 그동안 아주대 학생들, 그리고 교직원들과는 가까워져서 한편으로는 좀 더 아주대에 있고 싶은 욕심도 생겼으나, 정년을 지나서 한 해를 더한 처지에 다른 분에게 자리를 넘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어느 날 소식도 없이 미국으로 떠나버렸습니다. 이렇게 나의 3년살이 아주대 석좌교수 생활도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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