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시빅드론
‘미치광이, 꼬마 로켓맨’ 트럼프와 김정은의 막말 대결...권력자의 폭력 언어, 그 끝은 어디?/ 편집위원 이처문
편집위원 이처문

‘침묵은 금’이라는 격언과 달리 문화에 따라 침묵이 사회적 지위를 반영하기도 한다. 시베리아 농촌 가정에 시집 온 며느리는 가구에서 차지하는 지위가 가장 낮아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발언권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침묵이 권력과 맞물려 있는 사례는 미국의 재판에서 볼 수 있다. 미국 법원에서 변호사는 누구보다 말을 많이 하고 판사는 드물게 말을 한다. 하지만 판사는 변호사보다 훨씬 큰 권력을 행사한다. 더구나 침묵하는 배심원들의 권력은 가장 강력하다. 사법제도가 보장하는 힘이 말의 힘을 앞서기 때문.

미국 인디언 문화에서 침묵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외부인들은 침묵을 존엄성의 표시라든지 감정이나 지성의 결핍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서부 지역 아파치 인디언들은 네 가지 맥락에서 침묵을 사용한다고 한다.

아파치 인디언(사진: 구글 뮤료 이미지)

장날이나 각종 행사에서 이방인과의 대화는 조심해야 한다. 그들과의 대화는 돈이나 일, 운임 등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예의없는 행동으로 손가락질당하기 쉽기 때문.

또 연애 초기 단계의 남녀는 말없이 손을 잡고 앉아있는 게 적절한 행동으로 간주된다. 너무 일찍 말을 건네면 성적인 의도나 관심으로 간주된다. 집을 떠나 기숙생활을 하던 자녀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약 15분간 침묵해야 한다. 지속적인 대화가 이뤄지려면 2~3일 정도 걸린다. 술자리에서 욕을 먹었을 때에도 침묵을 지켜야 한다. 이들에게 침묵은 사회관계의 불확실성이나 예측 불가능성을 반영한다.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직위에 따라 발언권이 확연히 구분된다. 몇몇 기업의 사장들이 운전기사 등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퍼부으며 ‘갑질’을 일삼았다가 줄줄이 낭패를 당한 게 불과 얼마 전 일이다.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박찬주 육군대장의 경우 무엇보다 공관병에 대한 부인의 폭언이 화근이었다. 공관을 방문한 다른 여성이 시중드는 공관병을 격려하자 박 대장의 부인이 “얘들은 공짜라서 괜찮다”고 말했다는 대목이 압권이었다. 이런 말을 들은 공관병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터. 인격 살인에 가까운 폭언은 힘을 가진 자의 언어가 얼마나 포악해질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회언어학자 데보라 타넨은 <당신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에서 여성들이 관계와 친밀감의 언어를 말하고 듣는 반면, 남성들은 지위와 독립에 관련된 언어를 말하고 듣는다고 주장한다.

언어학자 데보라 타넨(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미국 어느 부부의 대화 사례를 보자. 아내가 “콘서트 시간이 언제죠?”라고 묻자 남편은 “7시 30분까지 준비해야 해요”라고 답한다. 콘서트 시간을 물었는데 남편은 간접적인 응답을 하면서 자신이 ‘아내를 보살펴준다’고 느낀다. 남편은 아내의 질문에 콘서트 시간에 관한 정보를 숨기면서 ‘권력자의 위치’를 유지한다고 여긴다.

또 다른 사례. 남편이 “다 돼가요?”라고 묻자 아내는 “지금 저녁 드실래요?”라고 반문한다. 아내는 남편의 질문에 숨겨진 남편의 관심, 즉 ‘밥을 먹고 싶다’는 욕구를 예측함으로써 남편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대화가 친밀감을 높여주는지에 관심을 두는 반면, 남성들은 대화가 자신을 더 유리한 위치 또는 불리한 위치에 서게 하는지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게 데보라 타넨의 분석이다. 남성의 언어는 자신의 지위나 힘을 드러내고자 하는 내면의 욕구를 반영하기 쉽다는 말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주고받은 거친 말들이 연일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정은이 트럼프를 '늙다리' '불망나니' '깡패' 등으로 부르자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한 술 더 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투전꾼’ ‘과대망상자’ ‘거짓말의 왕초’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 역시 김정은을 ‘미치광이’ ‘꼬마 로켓맨’으로 비하하면서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캐리커처(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트럼프의 막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앨라배마 주 연설에서 흑인 인종차별에 항의해 국가 제창 때 서지 않고 무릎을 꿇은 NFL(미국프로풋볼) 선수들을 향해 트럼프는 “개자식들(sons of bitches)”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의 거친 언사에 NFL 선수들은 물론 미 프로농구(NBA)와 미 프로야구(MBL) 선수들까지 들고 일어났다. 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스타 선수인 르브론 제임스는 트럼프를 “쓸모없는 사람(bum)”이라고 비난했다.

<로켓맨>을 부른 영국 가수 앨튼 존(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격과 수준을 뜻하는 한자 ‘품(品)’은 입 ‘구(口)’가 세 개 모인 글자다. 말이 거듭 쌓이면 그 사람의 품격이 된다는 의미일 터. 말은 귀소본능이 있어 한 번 뱉은 말은 돌고 돌아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마련. 세치 혀가 사람의 뼈를 부러뜨린다는 말은 막말이 상대방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해를 입힌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말이 갖는 힘은 말하는 사람의 권력이 아니라 품격이 뒷받침한다는 사실을 권력자들이 알고 있을지 궁금하다.

편집위원 이처문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