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사이즈, 브랜드마다 ‘들쑥날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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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사이즈, 브랜드마다 ‘들쑥날쑥’
  • 취재기자 김예은
  • 승인 2013.09.2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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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된 표준규격 없어 소비자들 헷갈려 큰 불편

평소 ‘90사이즈’ 티셔츠를 입는 부산시 진구 거주 대학생 이예나(22) 씨는 늘 옷을 사던 브랜드가 아닌 다른 브랜드로 90사이즈 옷을 샀다. 하지만 집에 가서 입어보니 옷이 형편없이 작았다. 브랜드마다 90사이즈 옷의 크기가 서로 달랐던 것이다.

▲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캐주얼 티셔츠 태그. 여기에는 S라는 이 회사 브랜드사이즈 표기가 있고 국가가 권장하는 기본신체치수 중 가슴둘레만 77-83cm라고 기재되어 있다(사진: 김예은 취재기자).

사하구에 사는 회사원 박여울(28) 씨는 키가 작아 옷을 구입할 때 사이즈를 꼼꼼히 살펴보는 편이다. 작은 키에 맞는 사이즈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 씨의 고충은 패션 회사마다 사이즈 표기 방법이 다르다는 데 있다. 어떤 회사는 90사이즈, 95사이즈 이런 식으로 표기하고, 어떤 회사는 S, M, L, XL 등으로 표기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사이즈 표기도 (브랜드별로) 제각각이고 같은 사이즈더라도 브랜드별로 치수가 달라 옷을 살 때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옷 만드는 회사마다 들쑥날쑥한 옷 사이즈 때문에 고객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가표준인증종합정보센터는 성인과 노인, 아동의 의복 표준규격을 정해 놓고 있다. 이 의류 표준 규격에는 신사복, 캐주얼, 원피스 등등 의류 종류별로 가슴둘레, 엉덩이 둘레, 그리고 키를 가리키는 ‘기본신체치수’와 허리둘레와 팔 길이를 가리키는 ‘참고신체치수’를 정해 놓고 있다. 또 표준규격 규정에는 모든 제품들은 기본신체치수를 명시하고 참고신체치수는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기본신체치수는 꼭 가슴둘레-엉덩이둘레-키의 순서대로 표시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79-91-155’라고 옷의 태그에 적혀 있다면, 이 치수는 가슴둘레 79cm, 엉덩이 둘레 91cm, 그리고 키 155cm인 사람에게 맞는 옷이란 의미가 된다.

이렇게 국가가 정한 의류 표준규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마다 사이즈 표기 방식이 다른 것은 표준규격 표시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마다 재량껏 표기하는 의류 사이즈를 보통 ‘브랜드 사이즈’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44, 55, 66 등으로 표기하는 방식, 90, 95, 100, 105 등의 방식, S, M, L, XL 등의 방식이 있다. 모든 회사들은 이렇게 재량껏 고유하게 사이즈를 표기하는 브랜드 사이즈를 사용할 수 있다. 국가는 각 회사의 고유 사이즈가 표기된 주위에 ‘79-91-155’와 같은 국가가 정한 기본신체치수를 제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각 의류회사들은 브랜드 사이즈를 표기하면서도 국가가 권하는 기본신체치수를 제시하지 않는 게 보편적이다. 신체치수 표기가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종래의 표기 방법과 다른 새로운 브랜드 사이즈 표기 방식이 등장했다. 국내 브랜드인 SPAO는 브랜드 사이즈와 권장 사이즈를 구분해 표기해 놓았다. 여기서 브랜드 사이즈는 자기들만의 새로운 사이즈 표기방식이고, 권장 사이즈는 종래 다른 의류 회사가 표기하는 브랜드 사이즈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남성 상의 브랜드 사이즈 20S, 권장 사이즈 90’이라는 사이즈 표기 방식은 자사 고유의 브랜드 사이즈가 20S란 뜻이고 이는 다른 회사의 브랜드 사이즈를 가리키는 권장 사이즈가 90이란 뜻이다.

울산에 사는 대학생 강은주(21) 씨는 국가가 정한 기본신체치수에 충실하면 될 일을 왜 브랜드마다 다른 사이즈를 사용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의류 브랜드 SPAO의 바지 태그. 브랜드 사이즈인 64와 권장 사이즈인 25를 괄호 안에 함께 표기 해놓았다(사진: 김예은 취재기자).

해외 브랜드의 옷을 사는 경우는 더욱 어렵다. 그 이유는 신체치수 표기가 우리나라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스웨덴 의류 브랜드인 H&M은 유럽, 미국, 중국 등 해외 사이즈는 표기하지만 정작 한국 사이즈는 표기하지 않고 제품을 판매한다. 예전에는 해외 수입품의 한국 치수 표기가 의무였지만 지금은 권고 사항으로 변경되었기 때문에, 한국 사이즈를 표기하지 않는 외국 회사가 있게 됐다. H&M의 한 관계자는 “한국 사람들은 우리 제품에 표기된 중국 사이즈를 참고하면 편리할 것이다”라고 알렸다.

의류 회사인 ‘spicy color’도 국가가 정한 기본신체치수를 제시하지 않은 회사 중 하나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 제품은 국내 브랜드가 아니라 수입품이다 보니 일부 제품은 우리나라 기준의 신체치수를 제시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고객들이 고객센터로 전화하면 자세히 알려 준다”라고 말했다.

▲ H&M 사의 옷 태그에는 EUR S라고 사이즈가 적혀 있다. 이는 유럽 기준의 S라는 뜻으로 우리나라 기준의 사이즈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사진: 김예은 취재기자)

경남 거제에 사는 대학생 신혜진(23) 씨는 해외 브랜드는 S, M, L이라고 적혀있어도 우리나라 치수와 크게 달라 곤혹스럽다. 신 씨는 “우리나라 사이즈로 적혀있어도 머리가 아픈데 해외 제품의 사이즈는 더 힘들다”고 말했다.

국가표준인증종합정보센터의 문화서비스표준과 담당자는 현재 옷 치수에 관해서 의무 사항은 없고 권고 사항만 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그 이유는 표준규격이 법령이 아니라 표준규격을 제시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권고 사항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의류 회사마다 다른 표기가 나오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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