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쇼핑 강매, 알고 보면 ‘여행사 갑질’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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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쇼핑 강매, 알고 보면 ‘여행사 갑질’ 때문
  • 취재기자 김예지
  • 승인 2017.09.2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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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병정 이어지는 하위 착취 구조에 손님은 불편, 가이드는 죽을 맛 / 김예지 기자

가정주부 한모(46, 경남 양산시) 씨는 며칠 전 남편과 필리핀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편하게 여행하기 위해 패키지 상품을 선택했던 그는 일정 내내 상품을 소개받고 구매를 권유당해야 했다. 결국 한 씨는 12만 원이란 거금을 들여 효능을 알 수 없는 게르마늄 팔찌를 구매했다고.

직장인 김모(26, 부산시 해운대구) 씨 역시 가이드의 물건 강매에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올 여름 태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그는 "가이드가 계속 옵션인 체험을 권유하고, 태국에서만 살 수 있다며 물건을 강매해 곤란했다"고 푸념했다.

여행을 떠난 사람들의 모습. 패키지 여행이 상품을 강매하는 등의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사진: bing 무료 이미지).

이처럼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하는 대부분의 불만은 바로 '상품 강매'에 대한 불만이다. 하지만, 가이드들이 상품을 강매하거나, 옵션을 추천하는 데는 여행사의 갑을병정으로 이어지는 하위 착취적인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패키지 상품은 상담부터 투어까지 최소 세 개의 업체가 개입된다. 고객 문의 시 상담을 진행하는 여행사와 중간에서 현지 여행사를 수배하는 랜드사, 그리고 현지에서 직접 투어를 진행하는 현지 여행사 등 총 세개의 서로 다른 업체가 하나의 투어를 진행한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한국 여행사는 일정의 수익을 남기고 여행 인원을 현지로 송출하면 되지만, 숙박비나 투어에 필요한 비용을 받지 못하고 마이너스로 투어를 시작하는 현지 여행사는 쇼핑 강매와 옵션 강매, 가이드 팁 필수 등 개별적으로 추가 수익을 창출해야만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가령, 한국에서 1인당 80만 원은 있어야 하는 여행 스케줄을 여행사는 34만 9000원, 44만 9000원에 판매한다. 여행객 모집이 이뤄지고 나면, 가이드에게 떨어지는 돈은 0원이지만, 가이드는 현지에서 손님을 인솔해 여행지를 데리고 다녀야 한다.

여행사에서 받는 수입이 전혀 없는 가이드들은 현지 여행 체험이나, 상품을 판매해서 돈을 벌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현지 업체들과 결탁해 상품을 강매하고 이윤을 나눠가지는 것.

태국 현지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가이드 권모 씨는 "대부분의 대형 여행사들은 가이드들에게 '메꾸기'를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식당에서부터 쇼핑까지 메꾸기가 정말 심하다"며 "일반 식당에서는 130밧이면 되는 식사가 200밧이 넘어가는 경우도 다수다. 양심에 가책을 느끼긴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현지 여행사에서는 이윤을 못 남기는데 어떡하겠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태국에서 21년째 여행을 담당한 한국 통역 가이드 연합 본부 전중길 사무처장도 그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전 처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이런 구조를 따르지 않으면 여행사에서 아예 팀을 주지 않고, 퇴사 조치를 하는 등 아예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착취가 심각하다", '관광 가이드 노동자를 착취해서 짜낸 이윤은 누구 주머니에 들어가는가?", "이런 식이라면 패키지 여행을 가지 않았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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