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 달라도 우리는 하나" ...다문화 자녀 멘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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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 달라도 우리는 하나" ...다문화 자녀 멘토링
  • 취재기자 강민아
  • 승인 2013.09.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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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청, 대학생 자원봉사단 구성해 학습지도 서비스

외국에서 시집와 어렵게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이주 여성들의 주된 고민은 추석과 같은 한국 풍습도 매운 한국 음식도 아니다. 이런 문제들은 모질게 살면 헤쳐 나가지 못할 일도 아니다. 다문화 가정을 괴롭히는 일은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교육이다(시빅뉴스 “한국 부인보다 예쁜 송편 자신 있어요” 기사 참조).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커가면서 까만 피부와 이국적인 외모 때문에 학교에서 차별이라는 벽에 부딪게 되고 학습 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이에, 부산시 남구청이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다문화 가정의 학습 지원에 나섰다.

부산시 남구에는 현재 중국 138명, 베트남 94명, 필리핀 22명, 일본 14명 등 모두 309명의 결혼 이주 여성이 거주하고 있다. 부산시 남구청은 벌써 5년째 학습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관내 이들 다문화 가정 자녀의 학습을 돕고 있다.

남구청의 다문화 가정 학습 멘토링 프로그램은 남구청 관내 부경대, 경성대, 부산외대 재학생들로부터 멘토 지원을 받아 멘티로 지정된 다문화 가정 아이의 가정을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해 학습 지도를 하도록 하고 있다. 남구청은 3개월 이상을 멘토로 활동할 수 있는 대학생 지원자 중에서 멘토를 선발하며, 선발된 멘토 대학생은 남구자원봉사센터에 등록하고 학습 지도를 한 시간만큼 봉사 시간을 인증 받아 소속 대학으로부터 봉사 학점을 받는다.

남구청은 멘토링 프로그램을 알차게 진행시키기 위해 멘토 대학생들에게 매달 학습일지를 작성해 멘티 아이의 부모 확인 서명을 받아 구청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학습일지에는 매주 활동한 시간, 학습 내용, 학습 장소 등을 멘토가 기록하게 돼 있다. 남구청은 이 학습일지를 토대로 멘토 대학생들의 봉사 실적을 관리한다.

남구청 학습 멘토링 프로그램 담당자 김영숙 씨는 엄마가 외국인이고 또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사교육 등 충분한 학습 지도를 받기 어려운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대학생들의 자원 봉사를 통한 학습 기회를 주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김 씨는 “이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에게 진정한 나눔과 실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숙 담당자에 따르면, 매년 40 여명의 대학생들이 꾸준히 멘토에 지원하고 있으며 지원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7개월 째 학습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남구 소재 대학 재학생 김효정(23) 씨는 다문화 가정의 한 아이에게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씩 한글과 숫자를 가르쳐 주고 있다. 김 씨가 가르쳐 주고 있는 아이는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섯 살 난 아이다. 김효정 씨는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서 남구청에서 실시하는 다문화 가정 멘토 프로그램을 알고 지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 대학생 멘토로부터 숫자 공부를 하고 있는 다섯 살짜리 멘티 윤주은 양(사진: 강민아 취재기자).

김효정 씨는 처음에는 봉사 학점을 따기 위한 목적으로 학습 멘토링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하지만 한글과 숫자를 읽을 줄 몰랐던 멘티 윤주은(5) 양이 글자를 배우면서 더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 모습을 보면서 봉사 학점을 받기 위해서 멘토링에 지원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효정 씨는 “내가 내준 숙제를 다 했다고 나한테 칭찬받고 싶어서 내가 오자마자 노트부터 가져 오는 주은이의 모습에 울컥했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남구 문현동에 거주하는 주은이 엄마 윤모 씨는 평소 생계를 꾸리느라 바빠 딸이 5세가 되도록 제대로 공부를 봐주지 못해 내심 미안함이 컸다. 윤 씨는 주은이 유치원 친구들은 한글도 벌써 다 배웠는데 주은이만 친구들을 못 따라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답답한 마음에 멘토링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되었다고 한다. 윤 씨는 “지금은 멘토 선생님이 일주일에 한 번 와주셔서 주은이 공부를 집중적으로 봐주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내년 여름에 졸업을 앞두고 있는 부산외대에 재학 중인 김혜진(23) 씨는 처음에는 이력서에 스펙 한 줄 더 추가하려는 마음으로 멘토링에 참여했다고 한다. 초등학생 1학년 여자아이를 가르치고 있는 김 씨는 부모의 뜻에 따라 처음에는 한글을 가르쳤지만 아이가 흥미 없어 해서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그리기와 오려붙이기를 주로 가르친다고 한다. 아이가 잘하는 것을 중심으로 재밌게 공부를 가르치고 싶어서, 김 씨는 한 달에 한두 번만 한글을 가르치고 나머지는 그림 그리기, 오려붙이기, 애니메이션 보기 등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김 씨는 아이에게 ‘미술 선생님’으로 불린다.

김 씨의 멘티는 문현동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 박공주 양이다. 공주는 토요일은 미술 선생님 오시는 날이라 좋아 한다. 공주는 “선생님이 처음 오신 날 헬로 키티 색연필이랑 사인펜을 사주셨다”며 자랑했다. 김혜진 씨는 “내가 나쁜 말을 쓰면 따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공주에게 되도록 좋은 말만 쓰도록 노력하고 있다. 내가 진짜 선생님이 다 되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8년째인 필리핀 국적의 마이(32) 씨는 올해로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딸과 다섯 살난 아들을 두고 있다. 마이 씨는 평일엔 식당 일을 하기 때문에 시어머니가 아이들을 봐주신다고 했다. 마이 씨는 아직 한국말에 서툴다. 그녀는 아직 집에 날아온 고지서를 잘 읽지 못해 남편에게 맡기는 처지다. 마이 씨는 “나도 존댓말을 잘 모르고, 이런 것들을 내가 직접 가르쳐 줄 수 없어서 아이들에게 미안했는데, 이제는 한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김영숙 담당자에 따르면, 남구청은 홈페이지의 여성 사이트에 다문화 가정 멘토링에 대한 공지를 올린다. 그 공지를 통해 봉사할 대학생 지원자와 교육을 원하는 다문화 가정 지원자들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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