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목동병원 '벌레링거' 파문...네티즌 "수액도 못 맞겠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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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목동병원 '벌레링거' 파문...네티즌 "수액도 못 맞겠다" 분통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7.09.20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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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병원과 수액 백 제조사는 제외한 채 수액 세트 제조사만 조사 / 신예진 기자
대부분의 수액 팩에는 STERILE(살균한) 이라고 표시돼있다. 사진은 일반적인 수액 이미지(사진: 신예진 기자)

5개월 영아가 날벌레가 담긴 수액을 투여 받는 의료 사고가 발생했다. 병원과 식약처는 조사에 나섰지만 충격을 받은 국민들의 비난 여론도 드세다.

노컷뉴스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 이대 목동 병원이 생후 5개월 된 영아에게 수액을 투여하던 중 수액에 벌레가 발견됐다. 병원 측은 바로 다음 날인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를 보고했다. 해당 수액 백과 수액 세트 사용도 잠정적으로 전면 중단했다. 병원 관계자는 "수액에 들어간 날벌레를 확인하고 해당 벌레가 들어간 경로를 조사하기 위해 해당 내용을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점검과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요로 감염으로 입원한 해당 아이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수액을 맞기 시작했다. 수액에서 벌레가 발견된 시각은 같은 날 오후 8시. 투여 과정 중에는 수액 주머니로 벌레가 들어가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장장 14시간 동안 벌레가 담긴 수액을 그대로 투여 받은 것. 수액은 혈관으로 주입되기 때문에 심장이나 뇌로 직결돼 오염물질이 들어가면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병원 관계자는 14시간 벌레 수액 투여를 부인했다. 아이의 수액을 오후에 한 번 교체했는데 그 때 문제의 수액을 연결했다는 것. 관계자는 ”아주 드문 경우지만 벌레가 수액 안에 들어간 건지 수액 세트나 의료기기에 있었던 건지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사실 관계자의 말처럼 대다수 의료인들은 벌레가 수액 안에 들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액 세트는 멸균 상태 유지를 위해 비닐 포장돼있고 사용 직전에만 개봉하기 때문. 양쪽 끝에는 어떠한 이물질도 들어가지 못하게 캡슐이 씌워져 있다. 병원 측도 제품 이상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병원 측은 “수액 백과 수액 세트가 밀봉돼 나오는 데다 얇은 주삿바늘로 연결하기 때문에 이물질이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병원 측은 벌레가 들어간 수액의 제품명과 제조 회사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에 네티즌들은 아픈 와중에 수액도 일일이 확인하고 맞아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트리렸다. 한 네티즌은 ”문제의 수액도 적합이라고 도장 받고 출하된 것일 텐데 벌레가 비닐을 뚫고 들어갈 수도 없고 누가 적합 판정을 내렸는지 정말 궁금하다“며 ”계란처럼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관계 기관의 책임을 언급했다. 그는 ”만약 유통기한 내에 있는 수액을 사용했는데 벌레가 확인됐다면 수액을 만든 회사와 관리 감독하는 식약청 및 복지부가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병원 측이 환자에게 투여하는 수액을 사전에 확인만 했더라도 이번 문제를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간호사 A 씨는 ”우리 병원의 경우 담당 간호사가 보통 네시간마다 라운딩해 환자 주사 부위와 수액 속도 등을 확인한다“며 ”바쁜 건 잘 알지만 조금만 더 꼼꼼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A 씨는 이어 이대 목동 병원의 ‘수액 회사 숨기기’도 지적했다. A 씨는 ”문제의 수액이 이대 목동 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에도 판매됐을 것“이라며 ”빨리 제품명을 공개해서 모든 병원에서 해당 수액 사용을 중단 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네티즌도 ”문제의 수액이 맑고 투명한 것 같은데 간호사가 왜 발견하지 못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는 19일 오전 수액 세트 제조사에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고 중앙일보는 보도했다. 수액 세트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로 조사할 지 여부를 결정한다. 강주혜 식약처 연구관은 "벌레가 수액 백이 아닌 수액 세트의 점적통에서 발견돼 제조 과정 중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할 예정"이라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사용 중단 등의 대처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식약처에서 이대 목동 병원과 수액 백 제조사는 조사하지 않아 빠른 대처와 ‘전수 조사’를 외치는 따가운 여론을 비켜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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